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전 어제 신랑이랑 신랑 친구들이랑 다같이 저녁을 먹었는데요.
이젠 완전히 날이 넘 푸근해져서 어떨때는 막 움직이고 있자면 솔솔 땀이 배어날 정도에요.
봄이면 늘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마당... 이라는 단어 참 좋죠?
아마도 거의 모든 분들의 로망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는 걸 거에요.
물론 아파트가 편하고 여러가지 장점들이 많지만요.
그 아파트 마저도 1층이면 벌레들도 잘 들어오고 도둑이 들 위험도 큰데도 불구하고
1층을 고집하는 분들을 보면 땅이랑 가까이 있고 싶어서 그런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세요.
제가 청소년일때 살던 집...
고등학교 1학년때 이사를 가서는 그집을 부수고 3층짜리 다세대주택으로 올릴때까지
7~8년 가량 살던 집은 마당이 있는 집이었어요.
넓지는 않지만 나무가 무성했고 작은 연못도 있었고
(넣는 족족 죽어나가서 결국 물고기는 못키웠지만 ㅋㅋㅋ)
그리고 아부지가 무척 맘에 들어하셨던 길쭉한 정원 조명도 있던 집...
지은지 오래된 집이고 게다가 제가 쓰던 방 아래가 주차장이었기 때문에 공중에 뜬 상태의 방이라 엄청 춥고
한겨울엔 보일러를 돌려도 마루에서 걸레가 서걱하게 얼던 추운 집이었지만
그래도 그집이 너무 좋았어요.
아직도 우리집 하면 그집만 생각이 나요.
그집의 봄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던지 봄이면 정말 커다란 목련나무에서 우아한 목련이 만개하고
그 목련이 지고 나면 제방 창문을 다 가릴 정도로 컸던 라일락이 만개하곤 했어요.
비라도 내릴때면 창문을 열고 보면 비에 젖은 라일락의 향기가 어찌나 진했던지...
제가 꼭 갖고 싶어서 우겨서 샀던 수국이 점점 색이 변해가는 모습도 좋았구요.
정말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그리운 집이에요.
오늘 소개할 맛집은 저의 그 추억속의 집을 생각나게 하는 고깃집 이랍니다....

충무로 대한극장 옆의 행복웨딩홀 옆 골목 안에 있는 고깃집 늘봄날
이렇게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모양인데요.
이 앞에 서면 철 대문이 활짝 열려있는게 이모님댁에 놀러온듯한 느낌이 듭니다...^^

봄여름가을에는 이렇게 마당에서 식사를 하실 수 있어요.
바닥엔 작은 자갈이 깔려있어서 와글와글 하는 소리를 낸다죠.
여러명이 앉을 수 있는 큰 자리도 있고 두세명이 앉을 자리도 있어요.
물론 가게 안쪽의 방으로 들어가셔도 되요.
1층과 2층 모두가 방으로 되어있으니 단체손님이라면 방으로 들어가셔도 좋겠죠.
그렇지만 요즘 같은 날씨엔 바깥자리를 포기하면 아깝죠?^^

오래전 우리집을 기억나게 하는 참 예쁜 마당을 가진 고깃집
그것도 물론 경기도 쪽으로 나가면 진짜 으리으리한 조경을 가진 고깃집들이 꽤 있어요.
하지만 시내 한복판인 충무로에서 이런집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반갑습니다.
저기 사진 왼쪽 구석에 저희 일행이 보이네요^^
반가운 건 반가운거고 이쁜 건 이쁜거고
그렇다고 어쨌거나 식당인데 음식이 맛없으면 절대 안되는 거 아시죠? ㅎㅎㅎ
음식 소개 나갑니다~

단호박 소스의 고구마야채샐러드
보라색껍질이 붙어있는 고구마에 브로콜리에 당근에...
노란 단호박소스로 버무려진 샐러드가 부드럽고 달콤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감자랑 계란이 왕창 들어간 샐러드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이게 몸에도 더 좋을 거 같네요...^^
보기에도 식이섬유가 풍부할 거 같아요.

양념장이 맛있는 연두부

아삭이고추와 마늘 장아찌
슴슴하면서도 새콤하고 매콤한 맛이 그만이에요.
수입해오는 할라피뇨 피클이랑은 다른 맛인데 껍질이 두툼해서 아삭하면서도
적당하게 매운 고추의 맛이 정말 좋아요.

적양배추를 갈아만든 소스를 얹은 양상추 샐러드
색이 보라색이라서 손이 잘 안가는데 먹어보니 맛있어요.
파인애플이랑 적양배추를 갈아서 만든 소스라는데 새콤달콤한 맛은 좋은데도
색이 보라색이라서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사장님, 차라리 당근을 갈아서 섞으시면 어떨까요?^^;

묵무침
들깨 향이 고소한 묵무침인데 금방 무쳐서 가져오기 때문에
물기도 없고 매콤하고 향긋하고 넘 좋아요.
묵 홀딱 건져먹고 이 야채를 고기랑 같이 먹어도 맛있어요.
두번 리필해먹었습니다...^^;

무 초절임과 콩잎 장아찌
새콤달콤 아삭한 무 초절임이랑 슴슴하게 절인 콩잎이 같이 나와요.
둘다 고기랑 먹으면 둘이 먹다 둘다 죽어도 모름... 으흐흐흐

일인당 하나씩 나오는 양파채
곱게 채썬 양파채에 단지 당근과 적양배추, 부추를 곱게 다져서 약간 넣었을 뿐인데
눈으로 보는 모양이 아주 산뜻하고 예쁘더라구요.
오히려 당근이나 부추를 길쭉하게 채썰어서 같이 넣는 것보다
재료가 더 덜 들어가면서도 훨씬 보기 좋아요.
요거 좋은 요리팁이네요...^^

생삼겹살 1인분 가격 8,000원
사진은 2인분
질좋은 생삼겹살을 두툼하게 썰어서 내옵니다.
1인분 추가하면 두줄 반 정도 되구요.
양이 많은 집은 아니에요.
저희 신랑이랑 저랑 둘이서 맘 먹으면 4인분에 밥 두공기 가능할듯... ㅎㅎㅎ
그런데 고기질은 참 좋네요.

새까만 돌판을 달구고 고기를 올리고 양파, 버섯도 올리고....
전 이 돌판만 보면 서예할때 쓰는 벼루 생각이 나요... ㅎㅎㅎ

한쪽면이 완전히 익은 후 살짝 뒤집어 주고...
노릇노릇...
기름기는 돌판의 홈을 따라 흘러내려서 받쳐둔 종이컵으로 가구요.

잘 익으면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냠냠...

된장찌개
꼭 고기를 먹을때 밥을 먹어야 하는 울신랑 때문에 밥을 주문하니 나오는 된장찌개인데
칼칼하고 무난한 맛 입니다.

밥을 주문하니 나오던 김치
아삭하고 직접 담은 김치 같은 느낌이에요.
이집은 그런데 묵은지는 없네요.
묵은지를 고기랑 같이 구우면 맛있는데...
담에 가면 묵은지 있나 물어봐야겠어요.

쌈싸서 한입...
아~ 하세요~ ^^

마당에 라일락 향이 진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맛있게 고기 먹고 라일락향은 디저트 일까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이런집을 만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전에도 한번 다녀와서 폰카로 찍은 후기를 올린 적이 있는데
요번에 맘 잡고 다시 사진을 찍었네요.
늘 지금처럼, 상호처럼 늘 봄날처럼 번창하길 바랍니다.
상호 늘봄날-식사와 고기
위치는 대한극장 옆의 행복웨딩홀 골목으로 주욱 들어가서
세븐 일레븐 편의점 맞은편에 있습니다.
커다란 하얀 간판에는 고기와 식사 늘봄날 이라고만 간결하게 써있습니다.
이집 간판이 주는 깔끔한 느낌도 참 마음에 들어요...^^
전화번호 02-2274-4487
영업은 대충 10시경이 되니 끝나더라구요.
저희가 마지막 팀이었거든요.
대한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시거나 근처 볼일이 있으면 한번 들려보세요.
생삼겹살 외에 항정살, 갈매기살, 소갈빗살 등이 있습니다.
숯불을 쓰는 집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정도로도 전 만족스럽네요...^^
요즘 하는 일도 없이 무지하게 바쁘기만 해요.
그래도 바쁘면 좋은 거 맞죠? ㅎㅎㅎ
여러분도 기분 좋은 일로 바쁜 봄날이 되시길 바래요...^^